‘임사이구(臨事而懼)’

- 두려운 마음으로 일을 성사시켜라 -

‘임사이구(臨事而懼)’란 일에 이르러서 두려운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호모이성(好謀而成)과 함께 사용하는 대칭되는 사자성어입니다.

호모이성이란 지혜로운 말 듣기를 좋아하여, 즉 지모(지혜로움)를 내어서 마침내 일을 성사시킨다는 뜻입니다. 1449년(세종31년) 무렵 중원대륙은 또 다시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통역관 이유덕이 요동에서 보내온 긴급보고에 따르면, 그해 7월 20일 경에 몽골족(달달)의 야선이 이끄는 군대가 명나라의 만리장성을 넘어 요녕성의 광녕까지 쳐들어 갔고, 그 결과 광녕에서 요동까지의 역참을 지나는 길의 사람과 말을 빼앗기는 등 노략질을 당했으며, 명나라 정통황제는 대군을 이끌고 친히 몽골족을 정벌하러 나섰다는 것이었습니다.

긴급보고를 접한 세종은 즉시 요동지역에 첩자를 급파해 사변을 정찰하게 하는 한편, 평안도와 함경도에 장군을 별도로 파견해 대비케 하였습니다. 이 보고를 들은 다음날 세종은 ‘국가의 대사로 이보다 더 큰 것이 없다’면서 전국에서 동원할 수 있는 군사 수를 조사케 했는데, 이때 총 십삼만여명이 현역군으로 파악되었고, 추가로 이만육천여명을 동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외환(外患) 소식과 군대 징집문제로 나라 안밖이 떠들썩해지자 세종은 ‘너무 두려워하여 소요스러울 것도 없고, 또한 두려워하지 않아서 방비를 잊어서도 안된다’고 말합니다. 원래 ‘일에 임해서는 두려워하고 지모를 내어서 성사시켜야 한다’는 말은 공자가 제자 자로에게 한 말입니다. 즉 공자는 ‘군대를 통솔하신다면 누구와 함께 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 자로에게 ‘나는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으려하고, 강을 건너는데 죽어도 후회함이 없는 자와는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한 처신을 주문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공자가 단순히 ‘일에 임해서 두려워하는 것’만을 말한 것이 아니라 ‘일을 도모해 성공하는 것’을 강조했다는 점입니다. 자기 혼자만이 잘 할 수 있다고 고집하지 않되, 기왕 일을 하려거든 지혜를 모아서 일을 꼭 성사시켜야 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세종 역시 일에 임해서 ‘두려워 하는 마음’을 갖되. ‘두려워만 할 게 아니라 일을 성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세종은 그 잘못한 예로 중국의 맹창과 공민왕을 들었습니다. 중국 동진의 맹창은 도적이 쳐들어왔을 때 두려워 자살하려고 하자 유유라는 신하는 싸움에 패한 뒤에 죽어도 늦지 않다고 말렸습니다. 하지만 끝내 그는 자결하고 말았고, 뒤에 유유는 도적을 소탕해서 나라를 보전하였습니다. 반면 공민왕은 홍건적이 쳐들어 온다는 소식을 듣고도 대비하지 않다가 몸만 겨우 빠져나오는 수치를 당했습니다. 세종에 따르면 ‘맹창은 너무 두려워하다가 잃은 사람이고, 공민왕은 두려워하지 않다가 잃은 사람’이었습니다. 따라서 세종은 ‘지금 광녕의 소식을 처음 듣고 사람들이 모두 소동하고 있지만 ‘내 마음이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서워할 것이 없다’면서 ‘이 두 가지를 잘 판단하여 알맞게 처리하라’고 지시하고 있습니다. 두려운 마음을 갖되 지혜로움을 발휘하여 이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는 중용에 맞는 대응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